언어에 대한.. 영어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으로 생긴 막막함을 뚫어주는 책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원어민 수준의 유창함과 정확한 발음이 아니라면, 남 앞에서 말하는게 부끄럽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일이 드물어졌고, 영어와는 담을 쌓기 시작했죠.
그러다 우연히 이 에세이책을 보게 되었고, 책을 읽다 문득 나의 이러한 고정관념은 어떻게 생긴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어릴적에 영어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다고 혼났던적이 있었나?"
사실 어릴적에는 영어를 잘 못한다고.. 발음이 틀렸다고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외국어이니 못하는건 당연했고, 어린 친구이니 관용을 배풀어주었죠.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우리사회에는 영어를 못하거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비웃거나, 속으로 사람을 낮춰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인과의 1:1의 대화에서는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영어라도 어떻게든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지만, 타인과 같이 있는 환경에서는 영어를 입밖으로 내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신감은 둘째치고, 영어로 말을 못하는것은 부끄러운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남 앞에서 영어로 말하기를 꺼려하는것이죠.
이 책의 저자는 제1외국어가 영어인 외국인 앞에서 영어를 못해서 주눅드는 이미지가 왜 공감을 받으며 퍼진것인지.. 이 이미지는 과연 사실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말도 하죠.
우리는 한국에 온 외국인이 한국어 원어민처럼 말할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원어민처럼 말하지 않는게 나쁜게 아니라, 원어민처럼 말하지 않는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이 나쁘다.
영어와 관련된 광고나 유튜브를 보면 요즘 유독 이러한 컨텐츠가 많습니다.
원어민은 이렇게 발음합니다.
원어민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이렇게 아시는데 원어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많이 보았고, 정말 유용하고 좋은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컨텐츠는 때로는 영어를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더욱더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것이 회화에서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라고 듣는 순간 그러한 문장은 입밖에 나오기 힘들어지기에 말하는것이 더 두려워지는것이죠.
이 책은 완벽하게 말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도록 도와주었고, 영어를 못하는건 부끄러운것이 아니라고 저에게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 공부에 대한 방향성도 아래와 같이 제시해줍니다.
본업이 있는 직장인이나 학생은 외국어 공부를 위해 따로 낼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많지 않다.
'시간을 내서 외국어를 이만큼 공부해야지!' 같은 결심을 하면 작심삼일도 어렵다.
외국어를 삶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삶에 외국어를 녹이려면, 일단 내 삶이 어떤지부터 알아야 한다.
외국어를 배워서 뭘 하고 싶은지, 무엇에 흥미가 있는지, 얼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지.
이 세 가지 질문의 답에 맞게 학습 재료를 고르고, 딱히 대단한 에너지나 결심없이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실천 할 수 있을 만큼의 계획을 짜보자.
운동과 마찬가지로 외국어도 처음 시작하는건 어렵지만 연습하는 습관이 삶에 녹아든 이후로는 쉽게 이어갈 수 있다.
영어를 못하면 마치 죄라는 듯이 말하는 분위기와 열등감을 가져야 한다는듯이 나오는 각종 광고와 매체들이 쏟아지는 현재 사회에서, 쉽지 않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감있게 입밖으로 내뱉어 보는 도전해보는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은 언어로 생긴 다양한 상황과 문화의 차이, 그리고 차별에 대한 작가의 삶이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저의 리뷰에서는 외국어만 다루었지만, 실제 책을 읽는다면 작가의 외국살이 경험에 녹아 있는 다양한 시각과 생각에 깊히 깨우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다양하게 많습니다.
간단하게 한줄로 정리하면 "외국어를 배울 수 있으면서, 외국의 문화와 차이를 배울 수 있는 책"으로 정리 할 수 있겠네요. 간만에 읽은 훌륭한 에세이 책입니다.
온전히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가 아닌 외국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타국의 문화와 통찰력을 습득하는 날이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90576